[박황춘의 문화세상] 점점 사라져 가는 차례 및 제례 문화
[박황춘의 문화세상] 점점 사라져 가는 차례 및 제례 문화
  • 뷰티헬스신문
  • 승인 2019.09.07 1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극배우 박황춘
연극배우 박황춘

벌써 2019년도 추석 명절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어린 시절 추석 명절 때면 아버지께서 새벽부터 저와 제 동생을 깨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지런히 씻고 나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새벽 첫 버스를 타고 청량리역으로 출발했다.

당시의 청량리 역사에서는 담배를 피우시는 아저씨들이 참 많았다. 물론, 그 당시에는 버스 안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지금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문화마저도 그에 걸맞게 변해가고 있다.

어린 나이에 졸린 눈을 비벼대며 새벽 첫차를 타고 청량리역전 앞에 내리면, 부지런히 걸어 역사 안으로 들어간다. 인천 방면으로 가는 국철(지하철 1호선)을 기다리며 졸린 눈을 비비고 명절을 찾아 나섰다.

열차가 들어온다는 신호음이 울리고, 국철을 타고 근 한 시간가량을 달려 송내역에서 내린다. 논두렁, 밭두렁 길을 따라 난 작은 소로를 한 20분 정도 걸어 큰 집에 도착하면, 그 때부터는 친척 어르신들께 열심히 인사를 드리고 차례를 준비했다.

그때가 내 나이 9~10세 때이니 1980년대 초반이다. 그 당시 송내역 주변은 전부 논, 밭들이었고 포도밭도 꽤 있었는데 지금은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세상이란 빠르다면 빠르고 느리다면 느리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어느덧 49세가 되고 보니 정말 빠르게 지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든다. 그런데, 이렇게 지나오는 세월 속에 세상이 변해가듯 우리 친척들의 차례 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큰집에서 차례를 기독교식으로 바꾸게 되면서 차례 상이 사라져 버렸다. 그 후, 차츰 큰 집으로 차례를 지내러 간다는 게 의미가 없어졌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설이나 추석 명절에 큰집으로 차례를 지내러 가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긴 했지만, 어느 순간, 차례 상이 사라지고 나서는 큰 집으로 차례를 지내러 간다는 의미가 사라져 버렸다.

여태까지 오래된 이야기를 주책없이 쏟아 내었지만 문득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서 이제는 제사나 차례들을 그냥 기독교식으로 지내버리는 가정들이 많이 늘어나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제례문화도 우리 고유의 문화 중 한가지 인데, 이것도 요즘에는 차츰 사라져 가고 있는 추세이다 보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기독교에서는 ‘조상님들을 모시는 제사나 차례를 귀신을 왜 모시냐 그런 것은 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제례 문화를 부정하는 것이 나도 기독교인이지만, 안타깝다.

물론, 서양의 의식이 이어진 것이니 당연 우리의 문화와 생각 자체가 틀리겠지만, 여태 오랜 세월 모시던 조상님들을 한 순간에 '외면'하라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하나님을 믿고, 섬기고 하는 것도 좋습니다만, 우리를 있게 해주신 조상님들에 대한 감사를 일 년에 2~3번 하는 것이 나쁜 관습은 절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아니, 당연히 잊지 말고 인사를 드려야 겠지요.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대로.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는 것이고, 현재가 있기에 미래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미풍양속과 전통문화를 버리고 난다면 정말 앞으로 우리나라의 앞날은 어두운 먹구름 속으로 깊이 빠져들고 말 수도 있다.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는 곧 그 나라의 끝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나라의 좋은 점도 배워야 하겠지만 우리나라 고유문화를 배척한다면 그 나라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릴거라 생각이 든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차원에서 우리나라의 잊혀져가는 문화들을 하나씩 복원해 나가고, 지켜 나가고, 계승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쓴다면 그것이 바로 국위 선양이 될 것이요, 관광 상품이 될 것이다.

아이돌 그룹들이 국위 선양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현대의 문화의 단편일 뿐이다.

얼마 전 <육자배기> 세미나에 다녀왔다.

이제는 점점 사라져 가는 <육자배기> 소리를 널리 퍼뜨려 소멸되는 것을 막고자 현 국악협회 회장님께서 세미나를 개최하셨는데..... 참으로 좋은 소리를 우리는 배척하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까지 우리는 우리 스스로 문화를 버리며 살아가고, 외래 것에만 너무 현혹되어 살고 있는지 한 번쯤은 뒤돌아 봤으면 한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란 말이 새삼 가슴에 와닿고 있다.

이제는 다시 못 올 2019년의 추석 명절에는 한 번 쯤 잊고 살았던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해 친척들과 가족들과 잠깐이라도 생각해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명절이 되기를 고대한다.

연극연출가. 공연기획가 박황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