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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 현황 진단⓵] 엔터산업 최전선에서 뛰는 ‘어시’들은 무급 유령?
[패션계 현황 진단⓵] 엔터산업 최전선에서 뛰는 ‘어시’들은 무급 유령?
  • 이서영
  • 승인 2020.11.06 2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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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 취급은 기본, 개인 심부름까지
-관행으로 굳어진 업계의 착취 구조
-패션 어시스턴트, 노조를 만들다

<편집자 주>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스타일리스트 중 ‘어시스턴트’들은 법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어시스턴트들은 연예인이나 모델들의 화려한 패션을 창조하지만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외주화하는 방송업계의 하도급 구조에 시달리고 있다.

패션어시스턴트들은 여전히 부조리한 업계 관행은 바뀌지 않고 있다고 한숨 쉬고 있다. 뷰티헬스신문에서는 올 한해 패션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 가운데 특히 K팝의 위상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일당백으로 일하고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만능 일꾼 ‘패션 어시스턴트’들의 현황을 짚어봤다. 하루 15시간, 때로는 24시간을 일하고도 평균 시급 3989원을 받고 근로의 안정은 커녕 최소한의 삶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살펴봤다.

어시의 급여를 조사해보니 대부분 40~50만원으로 시작해 많아도 100만원을 넘기는 경우가 없었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어시의 급여를 조사해보니 대부분 40~50만원으로 시작해 많아도 100만원을 넘기는 경우가 없었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뷰티헬스신문 이서영 기자] 

패션어시스턴트들은 연예인의 일정에 맞춰 일을 하기 때문에 근무 시간도 들쭉날쭉하다. ‘패션어시’는 기본적으로 대행사가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출근한다. 출근하면 잠시 사무실에 들렀다가 하루 종일 대행사나 브랜드를 돈다.

▲‘어시’의 시계는 낮, 밤이 없다

패션어시스턴트, ‘어시’라고 불리는 이들은, 이른바 ‘실장님’이라고 일컫는 연예인 스타일리스트의 밑에서 보조 업무를 하는 사람을 말한다. ‘보조’라지만 실상은 다르다.

의상 협찬받기, 의상 및 소품 상태 관리, 반납, 정리, 셋팅을 위해 아침부터 6~7시간 동안 협찬을 다니며 무거운 의상 자루를 짊어지고 와, 상태를 점검하고 실장의 체크와 ‘컨펌’을 받기 위해 코디를 해 놓고 기다린다. 컨펌이 끝나기 전에는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일없이 마냥 기다릴 때도 있고, 대부분 다음 스케줄을 위해 움직인다.

생방송, 공개방송, 녹화 등은 그야말로 1초를 다투는 현장이다. 연예인에게 의상을 입히고 피팅을 위한 의류 수선은 기본이고, 반납을 위해 상태를 되돌려 놓아야 한다. 스케줄을 소화하는 중간에 다음 무대를 위한 의상을 세팅해 놓아야 하고, 그 사이에 협찬 상품들을 확인해야 한다. 협찬 상품은 옷 몇 벌로 끝나지 않는다.

코트나 모자, 보관이 어려운 작은 귀걸이부터, 무거운 신발, 선풍기나 인테리어 소품까지 무게도 크기도 제각각이다. 끝나면 그 많은 옷을 짊어지고 사무실로 돌아가 세탁하고 다림질하고 접어 포장까지 해서 반납해야 한다. 그 일과 사이 사이에 실장의 다른 일들이 떨어지기도 한다.

콘서트가 있어 해당 의상을 마련해 놓고 10분 자고 드라마 촬영장에 또 가기도 하고, 집에도 못들어가 ‘패딩’을 깔고 사무실에서 자는 일도 많다.

'어시'라고 불리는 패션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들은 극한의 노동에도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으로 열정페이를 강요 당하고 있다(출처: 프란 유튜브 캡처)
'어시'라고 불리는 패션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들은 극한의 노동에도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으로 열정페이를 강요 당하고 있다(출처: 프란 유튜브 캡처)

어시스턴트 바다(가명)씨는 불편했던 고백을 했다. 유명 연예인이 자긴 커피를 들고 있어야 하니, 신발을 벗겨 달라고 했다고 한다. 바다는 모욕감에 치를 떨었지만, 업계의 현실이 이러니 참았다고 힘들게 전했다.

▲타이어보다 싼 급여, 소품 관리에 책임까지?

최근 청년유니온에 패션어시스턴트 지부가 생기면서, 설문을 통해 어시의 급여를 조사해보니(25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 실시) 대부분 40~50만원으로 시작해 많아도 100만원을 넘기는 경우가 없었다.

이 가운데 96%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평균 97만 원의 월급에 하루 평균 11시간 30분의 노동을 하고 있었다. 이는 시간당 3900원으로 환산할 수 있고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거기다 책임은 막중했다.

바다씨는 “명품 의류는 상태에 민감한데 촬영하다 보면 옷이 상할 수 있다. 한 번은 의상을 물어내야 할 일이 있었다. 2백만 원이 나왔고, 같이 일하는 언니와 1백만 원씩 물어냈다. 50만 원 받던 시절이었다”라고 말했다.

패션 어시들은 책임감 때무에 스타의 컨디션 유지에 도움을 주는 물티슈나 가글액, 선풍기까지 큰 짐을 챙겨다니는 게 보통이다(출처: 프란의 유튜브 캡처)
패션 어시들은 책임감 때무에 스타의 컨디션 유지에 도움을 주는 물티슈나 가글액, 선풍기까지 큰 짐을 챙겨다니는 게 보통이다(출처: 프란의 유튜브 캡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하는 동안 자기 생활은 없고 건강도 나빠지는 일이 부지기수다. 어시 1년 6개월 차라는 강은주(28)씨는 “밥값이 모자라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많다. 잠도 못자다 보니 일 시작한 뒤 몇 개월 만에 10kg나 빠졌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1년 차 패션 어시 마라(가명)는 “업계에서 나쁜 소문이 나서 갈 데가 없어질까봐, 나도 몇 년 일해 독립해서 실장님이 되고 싶다. 실제로 어떤 어시는 자기가 다 (스타일링을)하니까 실장님 못지않게 실력이 좋다. 옷을 너무 좋아하니까 버티고 버티지만 생존권까지 위협받는 순간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고백했다.

▲패션 어시스턴트, 노조를 만들다

최근 패션 어시스턴트들이 청년 유니온 산하로 들어가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실태 조사를 했다. 250명의 응답자 가운데 94% 이상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노동부 등에 진정을 해도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강은주씨는 “학생 신분으로 실습을 나온 경우, 대부분 실장이 철저하게 4대보험과 급여를 보장해준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감시와 감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습 기간이 끝나면 바로 4대 보험 계약을 끊는다. 그게 관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시스트들이 이 같은 열악함에도 실장님의 회유와 협박, 특히 이 업계에 다시 발을 붙이지 못할 거다라는 협박으로, 언젠가는 나도 실장이 될 거라는 꿈 하나만을 담보로 참는다고 전했다.

이런 업계의 사정을 공유하던 어시들이 지난 9월 말 패션어시스턴트 노동조합을 결성해 청년유니온 지부로 들어갔다. 이들의 사정을 알고 ‘전태일 재단’에서 이들의 조합비를 대신 내 주기도 했다.

이들의 요구 조건은 단순하다. 최저시급의 보장과 대체 휴무다.

패션어시스턴트 노조 결성을 위해 모인 패션 어시들과 이 모임을 지원하기 위해 50년 전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만났다(출처: 전태일 재단)
패션어시스턴트 노조 결성을 위해 모인 패션 어시들과 이 모임을 지원하기 위해 50년 전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만났다(출처: 전태일 재단)

▲관행으로 굳어진 업계의 착취 구조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다”

패션 광고 사진스튜디오 실장 박모씨는 “패션 업계는 유독 결제가 늦다. 3~4개월에서 1년까지 안주거나 심지어 그냥 떼이는 경우도 봤다. 계약서도 안 쓴다. 법적대응을 하면 ‘까다롭다’는 낙인이 찍혀 업계에 안 좋은 소문이 돌까봐 쉬쉬하며 참는 분위기다”라고 밝혔다.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또 다른 패션 스타일리스트 6년 차 이모씨는 “안 그런 곳도 있다. 작년 매출 1억여 원은 유지비와 진행비, 사무실 임대료, 교통비 그리고 동생들(어시스턴트)과 나누느라 남은 게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어시들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는 운에 달려있다. 일 시작했다가 하루 만에 도망가는 사람도 많지만, 일을 시작하고 발붙이면 업계에 나쁜 소문이 날까 두려워 부당한 대우도 참고 일한다. 또 실장님들이 ‘나 때는 더 했다’면서 무용담을 늘어놓듯이 과거를 얘기할 때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청년유니온 문서희 기획팀장은 “패션 어시들은 그동안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상식 이하의 대접을 받아왔다. 체불, 임금문제 등 불이익을 받은 당사자와 근로감독관의 만남을 돕고, 해당 증빙 자료들을 돕고 있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자료를 모아주는 등 쉴새 없이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그 중에는 업계를 떠날 각오로 임하는 사람도 있다”라고 말했다.

최태섭 문화평론가는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업계가 열정 노동의 영역에 있다 보니 일과 취미가 구분되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에 대해, 자본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 힘듦과 어려움을 모두 감수해야 한다. 네가 아니더라도 열정으로 가득한 지원자들이 많다’면서 암묵적으로 강요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태일 재단은 패션어시스턴트들의 ‘청년유니온’ 조합을 지원하며, 패셔어시들의 현실을 고발하는 퍼포먼스를 열고 활동계획 발표와 토론회를 여는 등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과 활동들을 계기로 패션 어시들이 겪은 열악한 환경과 관행에 실태 조사로 정상적인 노동환경 조성이 될지 주목되고 있다.

이서영 기자 ispengs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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