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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리의 선택, 한국서 ‘불가능’···저출산국 오명, 다양한 가족 형태 시대오나
사유리의 선택, 한국서 ‘불가능’···저출산국 오명, 다양한 가족 형태 시대오나
  • 이서영
  • 승인 2020.11.18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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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나 결혼에 대한 ‘다양성’ 개념 낮은 편
-시설과 복지 아직 부족, 시선은 ‘싸늘’
-가족에 대한 개념 달라지고 다양한 가족 형태 등장
사유리와 아들(출처: KBS뉴스 캡처)
사유리와 아들(출처: KBS뉴스 캡처)

[뷰티헬스신문 이서영 기자]

최근 2건의 이슈가 인터넷과 SNS를 뜨겁게 달구었다. 두 개의 이슈가 어찌보면 출발은 같은데 내용은 전혀 달랐다.

제주도에서 한 미혼모가 자신의 아이를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렸다가 공분을 샀다. 이후 그 미혼모는 아이를 시설에 보내고 몹시 슬퍼했다는 후문이다.

또 한가지 이슈는 한국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 방송인 사유리가 최근 출산해 자발적인 ‘비혼모’가 되었다는 소식이다. ‘미혼모’라는 명칭을 쓰지만, 사유리의 뜻대로라면 비혼모가 맞는 해석이다. 사유리는 일본에서 정자은행의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하고 출산까지 해 결혼하지 않고 엄마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전혀 다른 두 ‘상황’과 ‘사건’을 보고 놀라움을 표했다. 비혼을 선택하고 출산까지 한 연예인이 낯선 것은 아니지만, 사유리의 선택이 한국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선 한국에서는 사유리처럼, 스스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을 시도할 수가 없다. 결혼을 하고 남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한 출산을 했다고 해도, 자발적으로 결혼하지 않고 출산한 사람에게 ‘미혼’ 즉 (해야 할) 결혼을 아직 하지 않았다는 뜻을 부여한다. 아이의 해외 입양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많지만 힘들게 아이를 키우려고 해도 지원책은 부족한 편이고 사회적 시선 역시 싸늘하다.

한국은 초저출산 국가다. 올해 2분기 여성 1인당 출산율은 0.8로, 내년에는 0.8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OECD국가 가운데 출산율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보다도 출산률이 낮다. 그런데 해외 입양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혼모협회 인트리 최형숙 대표는 “우리 사회가 입양을 권하는 것 같다. (미혼모 입장에서) 입양을 보내러 상담을 갔을 때, 입양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보내지 않고 키웠을 때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라며 미혼모 지원 정책의 부족을 지적했다.

사유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임신했을 당시의 사진을 공개했다(출처: 사유리 인스타그램)
사유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임신했을 당시의 사진을 공개했다(출처: 사유리 인스타그램)

▲시설과 복지는 아직 부족, 시선은 ‘싸늘’

미혼모에 대한 제도와 지원은 과거에 비해 많이 늘었으나 아직 불편한 점이 더 많다. 더구나 아직도 사회적인 편견이 존재한다.

가족이나 결혼에 대한 ‘다양성’ 개념이 낮은 편이다. 비혼이나 한 부모 가정 등에 대해 아직도 조선시대적인 가치 기준을 적용해 ‘비정상’이라거나 어딘가 ‘잘못한’ 가정이라는 관념이 강하다. 사유리의 출산 소식에 달린 댓글을 보면 “애비 없는 자식을 멋대로 낳는 이기적인 여자” 라거나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경솔한 처사”라는 내용은 물론, 도를 넘는 욕설과 비난도 난무한다.

지난해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미혼모는 총 3598명, 미혼부는 1066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정부 지원을 받는 경우는 46%에 불과하고, 미혼모 가운데 생부에게서 생계비 등 양육비 지원을 받는 경우는 4.7%에 불과했다.

2018년 보건복지협회가 전국 미혼모 35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혼모의 월 평균 수입은 92만원에 불과했다. 한국의 미혼모 지원은 임신과 출산 시 50만원, 아동수당과 양육수당, 기저귀 바우처 등을 지급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늘어났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부모 가족의 경우 양육비는 2인 기준 수입이 148만 원 이하가 되어야 지급받을 수 있다. 또 바우처의 경우 까다로운 인증 절차가 필요하다.

커피숍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3세 남아를 키우고 있는 김슬기(26)씨는 “(부모) 한쪽이 없다고 해서 불행하거나 부족한 것도 아니다. 사회에서 ‘네가 잘못 했어’라는 시선으로는 보지 말았으면 한다”고 답했다.

20대 미혼모 최모씨는 “기저귀의 경우 몇 개가 남았는지 달마다 개수를 세어서 알려줘야만 한다. 정확한 개수를 알기 위해 매번 어린이집 선생님께 세어달라고 어렵고 번거로운 부탁을 해야만 한다”고 고백했다.

일본에서는 미혼모를 위해 ‘모자가정 및 부자가정 취업지원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시행되고 있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일본에서는 미혼모를 위해 ‘모자가정 및 부자가정 취업지원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시행되고 있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미성년인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임신 사실을 알면 대부분 학교에서는 학생에게 자퇴를 권한다. 학업이 중단되면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지고, 빈곤이 순환되기도 쉽다.

미혼모 신소영(26)씨는 7살 아이를 키우며 유아교육과에 다닌다. 취업하려고 면접을 본 유치원에서 “미혼모에요? 선생님이 미혼모라는 걸 다니는 아이들이 안다면 어떻게 되겠어요?”라고 말했고 학점, 서류평가가 통과됐지만 결국 취업이 취소되었다고 털어놨다.

미국에는 플로렌스 크리텐톤이라는 학교가 있다. 2백여 명이 다니고 있는 이 학교는 전부 임산부 또는 미혼모가 재학 중이다.

여성에 대한 시선이 한국보다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일본에서도 ‘모자가정 및 부자가정 취업지원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시행되고 있다. 모자 자립지원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취업 상담과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각 현마다 보육과 보건 등 보편적인 복지정책을 펴고 있다. 야간에 이용할 수 있는 야간 보육원도 인가된 곳이 80개, 미인가 1580개가 있다.

영국, 스웨덴, 덴마크 등도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는 유급 휴가와 주거비, 복지비가 지급된다. 영국은 미혼의 부모에게 교육유지수당이 제공되고 취업이나 부모교육 등 슈어스타트라는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독일에서도 미혼, 학생인 부모를 위해 학자금과 최저생계비가 지원되고 매달 약 164만원에 주거비가 나온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인 냉대도 크지 않다. 지난 2010년 기준 아이슬란드의 66%, 스웨덴의 55%, 노르웨이의 54%가 미혼모가 낳은 아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한국도 최근 보육부터 일자리 교육, 학업중단을 막기 위한 교육, 취업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높은 사회적 편견에 부딪친다고 입을 모은다.

9살 딸을 키우면서 간호학과에 다니는 김하린(25)씨는 “지금도 행복하고 아이도 잘 지낸다. 행복하면 문제없는 것 아닌가, 가족 구성원이 몇 명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데 사회에서는 자꾸 (행복한지) 묻거나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가족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고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하는 시대에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지원과 함께 이들을 대하는 시선도 달라져야 할 때라는 의견들이 모아지고 있다.

이서영 기자 ispengs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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