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황춘의 문화세상] 문화를 버리면 그 나라는 이미 죽은 것이다
[박황춘의 문화세상] 문화를 버리면 그 나라는 이미 죽은 것이다
  • 뷰티헬스신문
  • 승인 2019.04.2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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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 박황춘
연극배우 박황춘

요즘 우리나라의 문화 동향을 보면 오직 걸그룹, 보이그룹만을 우상화하며 국가차원에서 밀어주기 식으로 육성하고, 그에 반해 전통문화에 대한 지원은 많이 수그러든 모양새다.

나는 전통문화를 지키고 계승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은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 나라의 문화가 사라지면, 정말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지만 전통문화가 사라진다면 이미 그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뿌리가 없는 나무는 약한 바람에도 금방 쓰러지기 때문이다.

5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들을 우리 스스로가 버리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한 예로 '여성국극'은 현재 존폐의 위기에 놓여있다.

여성국극은 다른 전통예술문화들처럼 몇 천 년에서 몇 백 년까지는 아니지만 1948년에 여류 판소리계의 거대 산맥을 이뤘던 김소희, 박귀희, 박녹주, 임춘앵 명창이 결성한 여성국악동호회에 그 원류를 둔다.

첫 작품으로 <옥중화-춘향전>을 선보이며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여성 국극을 탄생시켰다.

일본에 다카라카츠’, 중국에 월극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여성국극이 있다.

1948년 이후부터 1960년대까지 매스미디어가 발달하기 전에는 대호황을 누리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여성국극이 흑백TV의 보급과 함께 영화관이 사방에 들어서면서 차츰 쇄락의 길을 걷다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나 앉고 말았다.

지방에서 소규모로 간헐적인 공연이 있었지만 이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서여성국극은 차츰 사라져갔다.

그러다 1980년 현 국악협회의 홍성덕 이사장님이 서라벌예술단을 결성하면서 다시 여성국극의 부활을 이끌었고, 이후 사단법인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로 거듭나면서 근근히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필자가 2014년부터 한국여성국극에술협회 작가, 201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조연출겸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정말 계승해 나가야 할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란 생각이 뇌리에 깊게 각인됐다.

흔히 말하는 뮤지컬인데 오직 여성들만이 모든 배역을 소화한다.

남성역이든 여성역이든 무대 위에 올라서는 배우들은 모두 여성들이며 창과 소리, 그리고 우리의 전통춤과 무술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총체적인 '여성뮤지컬'인 것이다.

이보다 화려하고 익사이팅하며 흥미와 함께 가슴을 쿵쾅거리게 하고, 때로는 애절하게 눈물샘을 쥐고 흔드는 극은 본 적이 없으며 연극을 넘어 우리가 지향해야할 장르가 바로 이것이다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다.

그 시작이 이제 70주년이 지났지만 지키고 계승해 나아가야할 우리 전통 문화인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이 없는 상황 속에 개인의 사비로 그 모진 세월을 이끌고 오신 홍성덕 이사장님의 개인적인 끈기로 아직은 버티고 있지만 이제 곧 그 모진 숨을 다할 것만 같아 필자는 몹시 불안하다.

임춘앵 선생님 등 1세대 여성국국 배우들과 함께 숨을 쉬며 무대 위를 종횡무진 했던 2세대 배우들이 현재까지 현역에서 뛰고 있다는 게 한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 뒤를 이을 후학이 없다는 점이 절망에 이르게 한다는 현실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훌륭하고 멋진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고 계승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힘을 써서 미세한 바람에도 쉬이 꺼져버릴 것 만 같은 여성국극에 생기의 바람을 불러 넣어 주길 간절히 희망한다. 현 시대의 사람들 중 과연 여성국국에 대해 아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연극하는 후배들에게 물어봐도 모르는 이가 거의 90% 이상이다.

그러니, 국민들에게 물어본다면 그런 게 있었냐는 반응은 당연한 것일 것이다. 이런 현실이 가슴이 아프다.

당쟁도 좋고 아이돌로 인한 문화 발전도 좋지만 우리의 것을 지키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도 공연만 있다면 얼른 이라도 무대 위에 서겠다는 현 여성국국 대표자인 2세대 배우 허숙자 선생님과 이미자 선생님, 남덕봉 선생님, 그 외에도 10여년이 넘게 함께 여성국극을 지켜주고 있는 선생님들을 뵐 때면 내 나이 40대 후반인데 그분들은 70대를 지난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임하는 모습에 경건함과 고마움, 그리고 우러름이 마음 가득 생겨난다.

이제라도 국민은 관심을 가지고 정부에서는 '여성국극'에 대해 생각해보고 지원을 아끼지 말고 계승해야 한다.  

연극연출가. 공연기획가 박황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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